삼굿 麻 GOOD
인류 문명사의 가장 위대한 발명 중 하나는 직조라는 사실을 현재 우리들이 얼마만큼 공감할 수 있을까?
지금은 하루에 생산할 물량을 조절해야 할 만큼 대량 생산이 가능하지만 기계의 힘을 빌릴 수 없었던 때,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매달려도 꼬박 며칠이 걸려야 얻을 수 있었던 한 필의 직물들은 내 가족의 옷감과 생계를 위한 수단으로 소중하게 사용돼 왔었다.
직물의 종류도 처음엔 자연에서 얻은 원료들의 재가공 통해 완성하는 형태였지만 하루가 멀다 할 만큼 다양한 기능을 가진 첨단 소재들이 속속 개발되고 있고 이런 직물들을 이용한 새로운 산업이 생겨난 지 오래다.
자연에 잘 적응하기 위해 걸치고 덮었던 옷과 천들은 패션, 디자인이라는 개념들이 도입되면서 고부가가치를 창출해 내고 있으며, 지속적인 신기술 개발이라는 전제를 달기는 하지만 미래 가능성 산업 부문 중 가장 안정성 있는 투자 분야로 꼽히고 있다.
이번 전시는 쫓기듯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의 일상에서 무심히 스치고 지나는 것들에 대한 새로운 관심과 사랑이 우리 삶을 더 풍요롭고 따듯하게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의도에서 출발했다.
우리의 어머니, 할머니, 그들의 감내했던 시간 중 어쩌면 가장 고달팠던 시간이 졸음을 쫓아가며 앉았던 베틀이 아니었을까 싶었다. 그 단내나는 감정까지 되살릴 수는 없겠지만 전 과정을 재현해 좀 더 많은 이들과 느끼고 싶었다.
한필의 천이 완성되기까지 수많은 공정과 노동들이 투입되지만 ‘삼굿’에는 색다른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아 이번 전시 타이틀로 정했다. 삼베를 만드는 과정 중 자연의 삼을 수확해 최초로 하는 가공과정이라는 의미와, 이 과정이 매우 힘들기 때문에 남자들의 노동이 필요한 남자들의 협력이나 조력 과정이라는 점 에서다.
이번 ‘삼굿’ 기획전에 베짜기 체험을 구성한 것은 전시와 시연을 통한 관람의 느낌도 중요하지만 참여한 단 한 사람에게 라도 직조의 오랜 역사만큼이나 깊은 향기를 오래 간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싶어서다.
여성생활사박물관의 이번 특별기획전 ‘삼굿’은 우리 전통문화와 여성들의 삶을 접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들이 될 것이다.